“아니 이게 무슨 법이야 이런 게!”
법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동시에 많은 변화를 줍니다. 그중 특정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법이 만들어지거나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법의 경우 그 사건 관계자의 이름을 따서 법 이름을 정하기도 합니다.
최근 법률 앞에 붙은 이름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이름으로 ‘민식이’가 있습니다. 이른바 ‘민식이법’은 청와대 청원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올해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청원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통과된 법이 이번엔 폐지 청원의 대상이 됐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사망사건 계기로
도로교통법 처벌 강화
‘민식이법’은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9살 김민식 군이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런 사고 재발을 막고자 개정된 ‘도로교통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스쿨존에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13살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상~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이번엔 민식이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주된 근거는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인데요. 민식이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가해자와 형벌이 같습니다.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음주운전에 비해 순수한 과실로 사망사건을 일으킨 운전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죠. 민식이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의 도움이 컸는데요. 이 법을 개정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국회 또는 정부가 제안하면
국회심사와 투표로 법률의 제정 · 개정 · 폐지
법률의 제정과 개정 또는 폐지를 찬성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고 바뀌거나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법률은 국회의원 또는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물론 많은 일반국민이 특정 법률 또는 제도의 내용을 지지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압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국회 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됩니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해당 법률안은 공포 또는 시행되는데요. 법률을 새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내용을 고치는 개정이나 없애는 폐지 모두 동일한 절차를 거칩니다.
민식이법만으로 무조건 형사 처벌받지 않아,
사회 인식 변화 필요
민식이법의 폐지 요청이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들도 법률안의 폐지를 고민하게 될 텐데요. 현재로서는 폐지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일단 민식이법을 둘러싼 오해와 시행방안의 부족이 있기 때문에 그 갈등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민식이법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과 지자체도 구체적인 보완방안을 검토하는 중이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식이법에 대한 찬반갈등으로 혼란스러우시다면 입법 취지가 ‘어린이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법을 백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일단 만들어진 법을 꼼꼼히 살펴 잘 지키고 여러 목소리를 반영하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