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돈이나 투자금 등을 돌려받지 못한 채권자 분들은 법적 조치라 하면 대여금반환청구소송 등 민사소송과 사기죄 고소를 주로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전형적인 방법 외에도 채권추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집행권원을 얻기 위한 소송은 충실히 수행하되, 추심과정에서 필요한 시기마다 디테일한 법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변제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재산명시신청”은 강제집행의 보조 절차로써 아주 효과적인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재산명시신청은 채무자의 재산현황을 가장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집행 보조 절차입니다. 하지만 재산명시는 일단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한 다음에 시도할 수 있으며, 재산명시절차상의 허점을 악용하는 채무자를 만날 경우 효과적인 진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산명시절차 자체를 피하기보다는 채무자보다 더 유용하게 법적 수단을 활용할 전략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재산명시신청을 100% 활용하는 “소송의 미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재산명시신청이 필요한 경우
1) 채무자 재산현황을 모를 때
금전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을 가진 채권자로서 강제집행을 위한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집행문까지 부여받았다면 민사집행법 제61조의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행권원을 갖는 것이 필수인데요. 가령 조건부로 발생하는 채권에 대해 해당 조건에 달성되지 않아 집행문부여를 받지 못했다면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재산명시신청은 가집행판결을 가지고는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확정판결까지 받은 후 집행문과 함께 신청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단서)

재산명시신청을 하면 집행법원은 채무자로 하여금 자신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령한 후, 명시기일을 정해 채무자에게 출석을 요구합니다. 만일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 재산명시기일에 나오지 않은 경우 등에는 동법 제74조에 기해 적극적으로 재산조회를 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채무자가 재산목록 제출 결정을 송달받지 않으면 공시송달로 재산명시절차를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인데요. (민사집행법 제62조 제5항) 하지만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을 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곧바로 “재산조회”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산조회를 통해 각각의 공공기관ㆍ금융기관ㆍ단체 등을 지정하면,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이들 기관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및 신용에 관한 정보를 회신받을 수 있습니다.
2) 채무자의 재산은닉 등이 의심될 때
위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는 등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채권자는 재산조회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의 현재 재산상태뿐 아니라 과거의 재산변동 내역까지 재산조회를 통해 알아볼 수 있지요. 앞서 본 것처럼 재산조회신청은 각 기관을 특정해 기관별로 해야 하는데요. 이때 채무자에게 재산명시명령이 송달된 날 (주소보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재산조회 신청일)로부터 2년 안에 채무자가 보유한 재산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규칙 제36조 제2항)
실무적으로 이 같은 재산조회는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즉 재산조회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 채무자 소유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을 파악해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를 발견할 수 있게끔 해줍니다.
예컨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는 재산조회를 통해 최근 2년 간 채무자가 그의 배우자 등에게 명의신탁 내지 증여한 재산을 찾아내고, 그것이 사해성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3) 채무자가 잠적한 때
채무자의 재산을 발견하기 어려운 때에는 채무자가 채권자 연략을 받지 않고 주소 및 근무장소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엔 변제는커녕 변제를 독촉하는 것조차 쉽지 않는데요. 그렇다고 사기죄 고소를 하자니 사기죄의 고의 등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관계로 경찰서에서 수사를 개시하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채권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치제도입니다.
민사집행법 제68조는 채무자가 명시기일 불출석, 재산목록 제출 거부, 선서 거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저지른 때에는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감치란 특정 의무를 위반한 자를 짧은 기간 경찰 유치장 혹은 구치소 등 감치 시설에 가두어 두는 제재인데요. 형사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채무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재산명시신청의 효과 높이기
▶감치집행의 약점 극복하기
앞서 살핀 감치명령은 언뜻 보기에 채무자가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채무자가 감치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 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즉시항고는 감치집행을 당연히 정지시키는 효력은 없지만 항고법원의 재량으로 집행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정지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6조 제6항)

감치재판을 개시하기로 한 법원의 결정에는 채무자가 불복할 수 없지만, 감치재판절차를 개시한 후 감치결정 전에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하기만 하면 법원은 바로 불처벌결정을 하여야 합니다.(민사집행규칙 제30조 제3항) 설령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이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역시 감치집행을 당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채권자로서는 감치집행의 허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와 같은 악성 채무자에 대해서는 재산목록의 거짓 제출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치집행은 형벌이 아니지만, 재산목록 거짓 제출은 엄연히 민사집행법위반죄로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합니다.
▶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
채권자가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법적 수단인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를 재산명시절차와 함께 활용하면 채무자에 대한 압박이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은 집행권원 확정 내지 작성 후 6개월이나 지나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앞서 본 감치신청 사유 또는 재산목록을 거짓 제출한 때에는 곧바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동법 제70조)
다만 이때도 채권자의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소명하거나,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인정되면 명부등재신청이 기각될 것이니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채권자가 재산명시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와 그 활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채무자를 얼마만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압박하느냐에 따라 채권추심의 성패가 달라집니다.
재산명시신청의 효과에 관하여는 너무 과한 기대를 가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과소평가 역시 금물입니다. 채권자가 하나의 유용한 법적 도구로서 재산명시신청을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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