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소확횡? 어디까지가 '행복'이고, 어디서부터 '횡령'일까?

소확행? 소확횡? 어디까지 행복이고, 어디서부터 횡령일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한동안 유행하던 말이었죠? 이 단어를 빌려 다시 재탄생한 신조어, '소확횡'도 있습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확실하게 직장에서 '횡령(?!)'을 한다는 것인데요.

 

여기 소확횡에서 말하는 횡령이란, 회사의 공금을 빼돌리는 그런 중대한 범죄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탕비실의 커피믹스를 가방에 따로 챙기는 수준이죠. 

 

사실 회사의 간식은 하루에 몇 개까지 먹어도 되는지, 볼펜 같은 사무용품은 1인당 몇 개까지 써도 되는지와 같은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오늘은 소확행과 소확횡에 대하여, 어디까지가 행복이고, 어디서부터 횡령인지 법적 관점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소확횡 4가지

 

1. 탕비실에서 과자, 커피믹스, 화장지, 물티슈와 같은 간식이나 일용품을 과소비하거나, 가져오기

 

2. A4용지, 볼펜, 압정 등 사무용품의 낭비하거나 챙겨 오기

 

3. 개인적인 자료를 출력, 복사하거나 팩스로 전송하기

 

4.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업무에 필요 없는 전자제품 충전하기

 

이외에도 근무시간 중 몰래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불필요하게 계속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 피우러 자리를 자주 비워 시간을 횡령(?)하는 방법으로 소소한 행복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무심코 누르는 인쇄 버튼, 사무실에서 개인 자료를 출력하는 것도 타인 소유의 재물을 취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진짜로 횡령죄가 성립될까?

 

횡령죄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재물을 횡령하거나,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게다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업무상의 임무를 위반하고 저지른 횡령의 경우, 업무상 횡령죄로 더욱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데요.

 

1.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꼭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사실상 · 법률상의 지배에 해당하면 됩니다.

 

보통 회사의 총무팀은 회사의 비품관리와 보관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횡령죄의 주체가 되지요. 그러나 이런 직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현장직, 일반 사무직이 비품을 챙겨간 경우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2. 타인 소유의 '재물'

동산, 부동산 모두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동력도 재물로 보는데요. 다만,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은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3. 불법영득의사

가장 관건이 되는 구성요건인데요. 말 그대로 불법적으로 영득하려는 의사를 뜻하고요. 횡령행위가 회사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4. 횡령행위, 반환거부

불법적으로 가로챈 행위인 횡령행위뿐만 아니라, 그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 또한 횡령죄가 성립됩니다. 참고로 빼돌린 회사자금을 다시 채워 놓는다고 해도 이미 횡령죄는 성립하며, 다만 양형에 정상참작이 될 수 있을 뿐입니다.

 

회사도 그냥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전기세도 내고 비품도 다 사들여야 한다.

 

  

대부분은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절도죄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하는 범죄입니다. 

 

타인 소유 + 타인 점유의 재물을 자기 점유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타인 소유 + 자기 점유의 재물을 챙기는 횡령죄와는 다른데요.

 

사실 소확횡의 대부분은 횡령죄가 아니라, 절도죄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물론 회사 비품을 관리, 보관하는 것이 담당직무인 사람들은 횡령죄로 처벌받지만요.

 

절도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달랑 A4 한 장도 모두 돈 주고 사야 하는 재물이죠. 다시 말해 회사 간식을 몰래 챙기는 것 또한 절도죄의 형사고소 대상이 됩니다. 이는 단순히 직장 내 윤리 문제로만 볼 게 아니란 것이죠. 

 

실제로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자꾸만 커피믹스를 한 움큼씩 훔쳐가는 직원을 절도죄로 고소한 사건이었는데요. 쩨쩨하게 회사가 뭐 그런 걸로 고소까지 하느냐고요?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A 씨가 한 움큼씩 훔친 커피믹스는 무려 1840 봉지였으며, 시가로 3천4백만원에 달하였습니다.

 

  

전부 삶이 팍팍하다 보니, 생기는 일들

 

결론은 우리가 말하는 소확횡의 대부분은 법적으로 범죄행위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직무에 따라 죄목이 달라질 뿐이고요. 

 

횡령이라고 해봐야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회사에서 그냥 눈감아 주는 것이죠. 죄로 처벌할 수 없어서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회사의 비품도 자신의 물건처럼 필요 한도 내에서 적절하게 소비해야 나중에 탈이 없답니다.

 

이게 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생기는 일들이 아닌가 싶은데요. 소확횡이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해지네요. 오늘은 특별히 커피믹스를 2개 타 먹어야겠습니다.

 

회사의 비품을 불법으로 취득한 경우, 횡령죄가 될수도, 절도죄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