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증거인멸죄의 성립요건

" 증거 있어? "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당이 자주하는 단골멘트죠. 영화 상영 내내 증거를 인멸하려고 노력하는 악당. 반대로 주인공은 증거가 인멸되지 않도록 보관하거나, 찾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증거'가 과연 중요한 것인가 물음표를 그리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재판에서 사실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형사소송에의 증거는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증거가 있어야 범죄사실이 명확해지기에 수사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그래서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심증만 있고, 물증(증거)이 없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처럼 피의자를 처벌하기에 증거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에, 타인의 증거를 인멸, 위조, 은닉 또는 변조할 경우를 막고자 증거인멸죄가 개정되었죠. 증거인멸죄를 저질렀다면 징역살이를 할만큼 생각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데요. 증거인멸죄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증거인멸죄란 무엇인가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증거인멸죄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지요. 3항을 보면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인을 은닉하고 도피하게 한다면 '모해증거인멸죄'로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것이어야 하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데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것은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인간의 본성으로 볼 수 있기에 처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인을 꾀하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하는 등 증거를 교묘하게 속인다면 증거인멸죄를 피해갈 수 없죠.

:: 증거인멸죄의 4가지 행위

_인멸 

증거인멸죄에서 말하는 인멸이란 범인이 증거될 만한 것을 모조리 없애거나 감추는 행위를 말합니다. 증거에 대한 물질적 훼손뿐만 아니라 증거가 될만한 효용과 가치를 없애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죠. 그래서 형법 제155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은닉, 위조 또는 변조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_은닉 

은닉이란 남의 물건이나 범죄인을 감추어 증거의 소재를 알 수 없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또한 증거를 발견하기 곤란하게 하는 일도 은닉에 해당하는데요. 예를 들어 범인의 범행 도구나 컴퓨터의 문서를 삭제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속합니다.

_위조&변조 

위조란 범행의 증거를 새로운 증거로 만드는 것을 뜻하고, 변조는 기존에 있던 증거를 가공하여 변경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범행 장소에 새로운 범행 도구를 증거를 남겨두거나, 허위 영수증을 만드는 경우, 범행 시 없었던 지문을 새로 남긴 경우는 위조에 해당하고, 훔친 물건의 색깔을 변경하거나 허위내용을 첨가한 경우는 변조에 해당합니다. 또한 허위진술의 녹취파일은 증거위조죄에 해당하게 되죠.

이러한 증거인멸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항의 징역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사건과 관련된 증거는 물론 증인을 도피하게 하거나 숨겨주는 경우에도 증거인멸죄가 성립됩니다. 만약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증거인멸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의자의 범행 사실을 숨겨주는건 가족일지라도 본능이기 때문이겠죠. 

:: 사례로 보는 증거인멸죄의 성립요건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형사사건에 사용될 증거를 파손하고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됩니다. 이해하기 쉽게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A씨는 자신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후배 B씨에게 증거를 인멸하도록 부탁을 하는데요. 평소 A씨를 존경하던 B씨는 증거를 인멸했지만, 수사 끝에 경찰에 덜미를 잡히게 됩니다.

사례 2

A씨는 자동차를 훔쳐 달아납니다. 훔친 자동차가 마음에 든 A씨는 친구 B씨에게 자신의 차라며 도색을 부탁하는데요. 경찰이 번호판을 조회해 결국은 잡히게 되죠. 과연 A씨와 B씨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사례 3

범죄를 저지른 A씨는 무서운 마음에 부모님께 범죄사실을 말하게 되는데요. A씨의 부모는 혹여나 자식이 잘못될까 봐 자식의 증거를 인멸합니다. 결국 수사과정 중 증거를 인멸했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위의 사례 중에 몇 번이 증거 인멸죄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먼저 1번 사례의 경우 B씨는 A씨의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증거를 인멸했기에 증거인멸죄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2번 사례는 A씨의 증거인멸에 도움을 주는 행위를 했는데요. B씨는 A씨의 범죄사실을 몰랐기에 기소유예 처벌을 받게 됩니다. 3번의 경우는 A씨와 그의 가족은 증거인멸죄를 면하는데요. A씨는 자신의 증거를 인멸하였고, 그의 가족은 형법 제155조 4항에 따라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즉,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형사사건에 사용될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 글을 마치며

대부분의 사람은 증거인멸죄가 '범인 스스로가 증거를 인멸한 상황'이라 생각하지만, 증거 인멸죄에서 말하는 증거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말합니다. 혹여나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면 가벼운 처벌은 피해갈 수 없을겁니다. 그러니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