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안의 재산환경 등을 두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모 등이 사망했을 때 그의 생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상속제도’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집안에 재산이 많다면 그만큼 많이 물려받을 수 있는 셈이니 그 자체로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부채도 상속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괜히 부모의 빚만 잔뜩 물려받는 경우도 있죠. 그런 사람들에게는 상속제도가 굉장히 불합리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속을 거부하고 ‘상속포기’를 할 수도 있는데요.
오늘은 상속과 상속포기, 그리고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미리’하는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속제도란?
먼저 우리 법은 상속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이란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다른 사람에게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의 일체를 이어 주고 이어 받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 때 사망에는, 직접적인 사망 외에도, 실종선고, 인정사망과 같은 법률적 사망도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속의 대상이 ‘권리와 의무 일체’라는 것입니다. 즉 채무도 포함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법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그냥 그대로 다 받겠다면? 단순승인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단순승인'이죠.
단순승인이란 말 그대로 '단순'하게 '상속을 승인'하는 것입니다. 재산이든 빚이든 그대로 다 받겠다는 거죠.
만일 재산이 빚보다 훨씬 더 많다면, 단순승인을 하면 됩니다. 재산과 빚을 동시에 물려받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빚이 더 많을 때죠. 빚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단순승인을 했다간, 결국 '빚'만 떠안게 되는 셈이니까요.
빚이 더 많을 땐, 상속포기를
먼저 ‘상속포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상속포기는 말 그대로 물려받을 재산에 비해서 빚이 더 많다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상속포기를 하려면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의 의사를 담아 가정법원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 되는데요.
하지만 상속포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일단 상속 받게 될 재산이 더 많은지 빚이 더 많은지를 곧바로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상속포기를 했다가 알고 보니 재산이 더 많다면 포기를 한 게 아까워지겠죠.
그리고 상속을 포기한다고 해서 피상속인이 부담했던 채무가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에는 법에서 정하는 상속 순위라는 것이 있는데요.
만약 최우선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다면, 그 다음 차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게 되며, 그렇게 다음 순위로 계속 넘어가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잘 모를땐 한정승인을
그래서 상속포기 대신 ‘한정승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정승인 제도는 피상속인의 채무를 물려받을 재산에 한하여 이행하겠다는 조건으로, 즉 한정적으로 상속을 받는 방법인데요.
한정승인을 했을 때 만약 빚이 더 많다면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내고서도 모든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서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인이 손해 볼 일은 없는 셈이겠죠.
하지만 한정승인도 단점이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재산과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물 재산 그대로를 상속받지는 못하고 경매로 매각한 뒤 채무를 정리하고 남은 대금에 대해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정승인을 하면 철저하게 재산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요. 만약 재산을 빼돌린다면 사해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산에 대해 미리 '상속포기 각서'를 쓴 L씨의 사례
살펴 본 내용과 같이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즉 상속인이 되기 전에 미리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효과가 있을까요?
A씨에게는 어머니와 친누나 B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매우 위독한 상황이 되어 생사를 헤매는 지경에 이르자, 누나 B씨가 어머니의 간병을 자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B씨는 A씨에게 “내가 간병을 할 테니, 너는 상속을 포기해라”라며 상속포기 각서를 써줄 것을 요구했는데요. A씨는 누나가 바쁜 자기 대신 고생을 하고 있기도 하고, 또 어머니의 재산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상속포기 각서를 써주었습니다.
이후 A씨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써주었던 상속포기 각서를 내밀며 모든 재산을 자신이 상속받겠다고 말했죠.
하지만 A씨가 뒤늦게 알아보니, B씨가 제대로 간병 일도 하지 않은데다, 어머니에게 상당한 재산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는 자기가 정말 상속포기를 해야만 하는 것인지 억울해졌습니다.
미리 한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 사례에서 A씨가 미리 했던 상속포기 각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당시에 아무리 A씨가 진심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판례를 보면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뒤 일정한 시점에만 가능합니다. 만일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미리 포기를 했다면? 이건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부합하지 않아 효력이 없죠.
즉, 상속인의 상속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으려면 상속개시 후,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 표시한 포기 의사였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A씨가 미리 한 상속포기 약정은 효력이 없는 것이죠. A씨도 당당하게 상속을 받을 수 있겠네요.
글을 마치며
상속과 관련해서 상속인들 간의 감정싸움 그리고 법정다툼은 꽤 자주 보입니다.
부모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싸움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지요. 떠난 자는 말이 없지만, 남겨진 자들은 항상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처럼, 만약 물려받을 빚이 더 많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단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한 상속포기는 당시에 아무리 진심이었더라도 법적효력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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