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 이중처벌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흔히 말해, 일사부재리 원칙이라고 하죠. 검사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기소를 할 수 없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경우는 어떨까요? 가정폭력은 가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고소인이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렇다면 법원의 불처분 결정이 있은 후에 다시 기소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해요.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면?
가정폭력. 너무 끔찍한 일인데요. 가족 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적인 이유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쉽게 개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하지만 가정폭력을 당하는 대상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계실 겁니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또한, 친자가 아닌 양자를 대상으로도 발생할 수도 있고, 법적인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요. 누구나 가정폭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①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만일 가정폭력이 진행 중이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경찰은 현장을 진압하고 피해자들을 병원에 이송하거나, 필요한 응급조치를 행할 수 있어요. 또한 필요한 경우 가정법원에 피해자에 대한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는데요. 검사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돌린 경우에는 그러한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가정폭력처벌특례법 제9조)
② 가정법원의 보호처분
가정법원까지 온 경우에, 판사는 가정폭력을 한 자에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보호처분을 내릴 수가 있어요. (가정폭력처벌특례법 제40조)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가정법원의 보호처분 |
➀ 6개월 이내에 피해자에게 접근 제한 ➁ 6개월 이내에 피해자에게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제한 ➂ 6개월 이내의 친권 행사 제한 ➃ 200시간 이내 사회봉사, 수강명령 ➄ 6개월 이내의 보호관찰 ➅ 6개월 이내의 보호시설에의 감호 위탁 ➆ 6개월 이내의 의료기관에의 치료 위탁 ➇ 6개월 이내의 상담소 등에의 상담 위탁 |
이러한 보호처분이 확정된 경우에는 가정폭력을 한 자에 대하여 똑같은 범죄로 기소할 수 없습니다. (가정폭력처벌 특례법 제16조)
접근 금지, 친권행사 제한 처분을 받았는데도 가정폭력을 행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보호처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라 판단하면,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도록 조치할 수 있어요.
가정폭력범죄, 형법상 상해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수위가 매우 높을 수가 있어요. 한번에 그친 게 아니라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끔찍한 중상해를 입은 경우라면, 특례법상 보호처분이 아닌 형법상 상해죄나 폭행죄에 따른 형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 판사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어요.
그 이유는 가정폭력에서 의미하는 폭력이 형법상 폭행, 상해 등 기타 다른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가정폭력처벌 특례법에서는 가정폭력범죄를 형법상 상해와 폭행의 죄 및 기타 다른 범죄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 특례법 제2조 제3호)
일사부재리 원칙 : 원칙적으로 똑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기소하는 것은 안 돼요.
우리 헌법 제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어떤 범죄에 대해 유죄든 무죄든 확정판결이 있다면, 판결의 기판력이 생겨 동일한 범죄에 대해 재기소 할 수 없게 됩니다.
판결의 기판력이란 쉽게 말해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러한 구속력 때문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기소하게 되면 법원은 소송조건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하여 면소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쉽게 말해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재기소 하는 경우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죠. 이러한 원칙을 일사부재리 원칙이라고 해요. 동일범죄에 대하여 이중처벌 받는 것을 방지하여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더불어 법적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6조(면소의 판결) 다음 경우는 판결로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확정판결이 있은 때 |
법원의 불처분 판정이 있었어요, 다시 기소할 수는 없나요? - 기소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갔는데 재판 중에 피해자가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있어요.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경우도 있고, 가해자가 보호처분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들도 있을 수 있고요.
이런 때 법원은 가정폭력처벌 특례법 제37조에 따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여 불처분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이에 대하여 검사와 고소인 모두 항고하지 않는다면 불처분결정이 확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처분확정 후에 폭행죄 또는 상해죄로 기소를 하고 싶다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기소를 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 것 아냐? 싶으실 텐데요.
판례는 위와 같이 불처분결정을 받은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기소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6도5423
원칙적으로 가정폭력처벌 특례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로 재기소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호처분과 확정판결은 달라요.
보호처분은 확정판결과 달리 기판력이 없기 때문에, 만일 동일한 범죄로 기소가 된다면, 면소판결이 아닌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법률의 규정을 위배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정폭력처벌 특례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는 규정만 존재하기 때문에,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사건이라도 기소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기소된 사건이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아도 그 판결은 유효한 것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글을 마치며
오늘은 일사부재리 원칙과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가정폭력범죄는, 불처분을 받아도 다시 형법상 상해죄 또는 폭행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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