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또는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남은 가족들이 상속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나아가 부모님이 살아 계심에도 고인이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였다면 유가족들 간의 분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지요.
지난해 모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20여 년 만에 생모가 나타나 고인의 친오빠에게 유산상속을 주장한 사건은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패륜을 저지른 이라도 민법상 최선순위 상속인에 해당하는 이상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상속인이 될 분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신 경우에는 그 배우자 및 자녀들이 ‘대신’ 상속받을 수 있어요.(이를 ‘대습상속’이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때문에 지난 설날 발생한 한 사건을 중심으로 반인륜적인 상속인 내지 대습상속인의 법적 지위에 대해 확실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설날에 들이닥친 며느리와 손자녀
지난 설날 강원도 춘천에서는 시부모의 재산증여에 불만을 품은 큰며느리 A 씨와 그의 딸 B 씨, 아들 C 씨가 시부모를 찾아가 상해를 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 씨는 시댁의 큰아들인 남편을 일찍 사별했는데, 이후 시누이가 시부모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증여받자 “증여를 취소하고 우리들에게 증여하라”라고 요구하면서 욕설과 폭력을 가하였다고 하는데요. 특히 손자인 C 씨는 친할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시부모 및 시누이는 2주 내지 4주의 치료를 요하는 타박상과 약 8주간 치료를 요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습니다. 법원도 이들 며느리와 손자녀에 대해 공동 존속상해죄를 인정해 A, B 씨에게는 집행유예를, 폭력 정도가 심한 C 씨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지요. 그렇다면 설날에 들이닥친 이들은 시부모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대습상속인의 지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 B, C 씨는 모두 시부모에 대한 대습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법상식에는 맞지 않겠지만, 현행법상 이들은 엄연히 시부모가 돌아가시면 대습상속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사건의 경우 민법 제1000조에 따라 큰아들은 다른 형제자매 및 피상속인 배우자와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던 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이 사안과 같이 큰아들이 시부모보다 먼저 돌아가신 때에는 큰아들이 직접 상속받을 수 없으므로 ‘큰아들의 상속인’이 민법 제1001조의 대습상속을 받게 됩니다.
다시 위 사건으로 돌아가, 시부모의 자녀로 큰아들과 시누이 둘만 있는데 큰아들 사망 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A,B,C는 시아버지 상속재산에 대해 총 2/7의 법정상속분을 나눠가질 수 있어요. 또한 사안의 시누이 등 공동상속인은 상속재산분할 협의 시에도 반드시 대습상속인인 A, B, C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요.
사안과 같이 시누이 등에 대한 증여로 인해 먼저 사망한 큰아들의 유류분이 침해된 때에는 어떨까요. 대습상속인들은 큰아들의 유류분 침해액에 대해 시누이 등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례의 A씨 등의 행동이 존속상해로서 패륜행위이긴 하지만, 적어도 유류분 침해 여부에 관해서는 다투어 볼 만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패륜 며느리의 상속결격사유 해당 여부
다만 이 같은 대습상속인도 민법 제1004조에 열거된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대습상속인의 지위를 상실합니다. 즉 이 사건의 A 씨 등이 한 행위가 위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중요하지요.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자기와 동순위이거나 선순위인 상속인에 대해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범죄를 저지른 자는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제1004조 제1호, 제2호)
문제는 위 제1,2호 상속결격사유에 ‘존속상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대습상속인이 직계존속 등을 살인할 고의가 있었거나 상해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해야만 상속 내지 대습상속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 있지요.
가령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더라도 대습상속인에게 폭행의 고의만 인정된다면(즉 폭행치사죄의 경우) 형사처벌은 받더라도 여전히 상속재산은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안과 같은 패륜 며느리 및 손자녀들도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시부모가 돌아가시면 대습상속 내지 유류분 등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부모 및 시누이 입장에서 이 같은 억울한 결과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시부모의 대응방향 -형사 고소대리 및 유언대용신탁
A 씨 등 사례와 같은 패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그에게 상속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면 어떤 시부모님이라도 마음이 참담할 것입니다. 이것이 현행법상 피할 수 없는 결론이라면, 피해자 분들이 이 같은 결과를 최대한 피하려면 어떤 대응을 취해야 할까요. 먼저 패륜의 주범인 공동상속인에 대해 적극적인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고소장을 낸다 하여 살인의 고의가 그리 쉽게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속분쟁과 연관된 중대한 폭력사건(특히 선순위 또는 동순위 공동상속인에 대한 폭력사건)의 경우 살해할 동기가 명확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사안이라면 상해의 고의와 폭행의 고의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인 경우가 많지요. 상속분쟁 사건 대응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고소대리를 통해 살인 내지 상해치사 혐의를 적극적으로 입증한다면, 패륜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과 상속 결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설령 상속 결격까지 인정받기가 쉽지 않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 분들은 생전에 부모님에 대한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를 주장해 ‘기여분’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는 기여분 요건인 특별한 부양의 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근거리에서 자주 피상속인인 부모를 찾아뵙고 생활을 돌보아 드린 것만으로도 기여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도 있어요. 대습상속인이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기여분으로 인정한 재산에 대해서만큼은 상속재산분할 또는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글을 마치며
민법에 인정된 상속인 내지 대습상속인의 지위는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본 패륜 며느리 등으로 인해 효성이 깊은 공동상속인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되겠지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사건에서부터 제대로 대응해 우선 상속 결격에 해당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상속 변호사와 함께 기여분 등을 최대한 인정받아야 그동안의 희생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보상을 바라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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