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먼저 시작했으니 난 잘못 없어!"
얼마 전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파격적인 복수를 한 여주인공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남편의 친구와 소위 '맞바람'을 핀 대목에선 많은 분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드라마에선 이 맞바람 사건이 그다지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지만,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 중엔 이런 궁금증이 생기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현실 부부의 맞바람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배우자의 외도
너도 똑같이 당해 봐!
배우자의 불륜은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일입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서로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배신이죠. 실제로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상대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이성을 잃고 극한의 분노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죠. 복수를 통해서요. 이 복수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폭로'가 있는데요. 배우자의 상간자나 배우자의 가족, 지인, 직장동료 등의 사람들에게 불륜사실을 폭로하죠. 속된 말로 '개망신'을 주고자 하는 건데요.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각종 sns를 통해 불륜사실을 폭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배우자에게 극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 자에게 형사 처벌의 두려움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욕죄든 명예훼손죄든 폭행죄든 상해죄든 뭐든 간에 이 분들을 막을 수 없죠.
다음으로 많이 행해지는 복수는 바로 '맞바람'입니다.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데요. 자신이 겪은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상실감을 똑같이 돌려주기 위함이 주된 목적입니다.
그런데 이 맞바람은 배우자의 불륜과는 그 속성이 좀 다릅니다. 상간자에 대한 호감 내지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 배우자의 불륜과는 달리, 맞바람은 불륜 배우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그 바탕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안타까운 점은 맞바람은 감정적인 부분, 예컨대 복수로 인한 통쾌함 내지는 배신감과 분노를 위로해 줄지는 몰라도, 그 이후 펼쳐지게 될 배우자와의 현실적 분쟁에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한 것도 서러운데
똑같은 유책배우자 취급?
제목 그대롭니다. 맞바람은 결국 법적으로 선바람을 핀 배우자와 같은 입장이 되어 버립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부부간 이혼이나 위자료 청구 같은 법적 분쟁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부부의 이혼에 있어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건 상대 배우자뿐입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2015년에 간통죄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불륜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 법은 여전히 불륜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불륜 배우자와 상간자에게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홧김에 맞바람을 피게 되면 이런 법률상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우리 법원은 맞바람을 핀 배우자도 똑같은 유책 배우자로 인정하여 이혼청구나 위자료 청구를 잘 인정해주지 않고 있거든요.
다만 부부 당사자 중 일방의 혼인파탄 책임이 휠씬 더 크고 그로 인해 상대 배우자 역시 외도를 한 것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를 인정해준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는 점과 법정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죠.
글을 마치며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추스리고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물론 배우자의 불륜 앞에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어쩌면 너무 비현실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불륜 이후에도 여러분의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계속될 것이고요. 상대방을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은 감정적 수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이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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