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제척기간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을 의미하는데요. 법정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권리는 소멸됩니다. 재산분할 청구권도 이 제척기간이 있습니다. 이혼한 날부터 2년 내에 행사해야 하죠. 이 기간 내에 안 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제척기간은 권리의 행사기간을 정한다는 측면에서 소멸시효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둘 모두 특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되는 점은 같지만,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 사유가 없습니다. 한 번 시작되면 도래기간까지 그냥 쭈-욱 가는 것이죠.
오늘 포스트는 이혼절차에 있어서 재산분할에 대한 제척기간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례 하나도 간단히 소개해 드릴 건데요. 아마도 법의 징정한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재산분할에 대한 간략한 소개
이번 주제가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니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겠죠.^^ 재산분할이란 부부가 혼인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과 혼인 전 각자 취득한 재산을 이혼을 함으로써 나누는 것입니다. 일종의 재산 청산절차인 것이죠.
혼인 전 각자 재산(특유재산)이든 혼인 후 공동 형성 재산이든 그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한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되는데요. 재산분할의 특이점은 반드시 이혼 중에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혼 후에도 제척기간 내라면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이득이 되는 재산(물권, 채권, 부동산, 유체동산 등)인 적극재산과 빚, 즉 채무인 소극재산입니다. 또한 전술했듯이 재산분할 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입니다.
재산분할 확정 후 새로운 재산이 나왔다면
다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
오늘의 메인이벤트죠. 거두절미하고 시원하게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가능합니다!
재산분할의 제척기간은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이 존재하는 것이 전제조건입니다. 재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재산분할이라는 법률관계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우리 대법원도 같은 이유로 새로운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0므582 판결 참조)
한 부부가 있습니다. 1978년 혼인 후 남편은 부동산을 매입하였는데 등기상 명의는 아내 앞으로 해놓았죠. 전형적인 명의신탁입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불법입니다. 따라서 해당 명의신탁행위도 무효가 되죠.
다만 부동산실명법은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명의신탁을 인정해주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조세포탈, 강제집행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한한 배우자 명의 명의신탁입니다. 따라서 이들 부부의 명의신탁은 불법행위가 아닙니다.
이로부터 21년의 세월이 흐른 1999년, 이들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이혼 당시 명의신탁한 부동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죠. 이로써 해당 부동산은 명의자인 아내가 가져갔는데요.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14년, 전 남편은 전 아내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불법이 아닌 명의신탁인 이상,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 아내는 펄쩍 뛰었습니다. 전 남편이 제기한 소송이 인용되면 자기 재산이 전 남편에게로 넘어가게 되니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14년 전에 재산분할이 완료되었기에 재산분할의 제척기간인 2년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로 인해 해당 재산에 대해 다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죠.
전 아내는 위와 같은 이유로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하였습니다. 참고로 법원에서 재판중인 사건에서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여부가 문제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헌법 재판소에 제청할 수 있는데요.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권한도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 아내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해당 부동산이 전 남편의 명의신탁 재산으로 인정되어 전 남편 소유가 될 경우, 해당 부동산은 그 재산분할 대상성이 비로소 밝혀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실제로 각자의 기여도가 어떻게 될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전 아내는 해당 부동산이 추가로 발견된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전 남편에게 소유로 된 때부터 2년 내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해당 사례는 법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권리의 제척기간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하고 적용할 경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권리 당사자의 피해를 명쾌한 법적 논리로 해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로 인해 전 남편 역시 합법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고, 전 아내는 자신의 재산에 대한 불측의 피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해피엔딩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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