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족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경우, 그로 인한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하지만 마냥 슬픔에 젖어 있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바로 고인이 생전에 형성해 놓은 다양한 법률관계 및 금전 관계 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상속에 관한 것일 텐데요. 고인이 생전에 남겨두고 간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고 그 재산에 대한 상속 여부를 결정해 법률적 처리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속이란 고인의 재산과 채무뿐만 아니라 재산으로 인한 계약관계에 대한 부분까지 모두 승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만약, 고인이 생전에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사망하였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일까요?
고인이 체결한 계약
자식들이 모두 승계해야 하나요?
정년퇴직을 앞둔 A씨는 퇴직금과 모아둔 자금을 모두 모아 주택을 매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요.
계획에 따라 A는 열심히 물색한 결과 매도인 B와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해 중도급까지 지급했고 잔금일을 약정했습니다. 그런데 잔금일 며칠 전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A는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상속인이었던 배우자 C는 동일 상속인이었던 자녀 D와 E와 함께 살 것을 생각해 B에게 A가 체결한 계약을 해제할 것의 의사표시를 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에 매도인 B는 적법한 계약의 해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상속에 계약해제권도 승계가능
우리 민법 제1005조에서는 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005조에 따르면 상속인은 피상속인, 즉 고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고인의 재산에 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합니다.
일신에 전속한 권리로는 인격권, 친족상속법상의 권리 및 의무 그리고 법률관계 등에 해당하는데요. 이러한 권리의 경우 고인이 사망하면 상속자들에게 승계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재산에 해당하는 적극재산과 채무에 해당하는 소극재산은 승계에 포함되며 이에 더해 채권자, 채무자와 같은 계약상의 신분 또는 재산법적인 법률관계 역시 승계됩니다.
이러한 법률관계에서 파생하는 부수적인 권리들 역시 승계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계약의 취소권, 계약의 추인권, 해지권, 상계권 등의 형성권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의 계약해제권의 경우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승계되는 권리에 해당합니다.
다수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전원의 의사표시 필요
그렇다면 적법한 해제의 방법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민법 제547조 제1항의 규정을 근거로 두었습니다.
민법 제547조 1항에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 중 한쪽이 다수인 경우 계약을 해제 혹은 해지하고자 할 때 수인의 당사자 모두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했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상속인들이 해당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즉, 매도인 B와 고인 A사이의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지 않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배우자 B의 의사표시만으로는 계약해제가 불가능하고, 자녀인 D와 E 모두의 의사표시에 의해 해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 의사표시 방식에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해도 효력이 있습니다.
글을 맺으며
우리 민법 제547조는 여럿의 당사자 각각에 의해 법률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강행규정은 아닙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다른 내용으로 한 특약을 규정해 두었다면 특약에 의해 배제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상속에 의한 계약해제에 있어서도 상속자가 다수인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민법 제547조에 의해 전원의 의사표시를 통한 해제만이 적법한 계약의 해제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잠시 접어두고,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처리해야 하는 법률적 문제들에 대해 다소 냉정하고 차분한 태도를 가지고 처리해 두셔야 합니다.
우리의 법은 여러분들의 슬픔을 추스를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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