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녀의 결합 형태는 대개 이러합니다. 서로 사귀며 사랑을 키우고 그 사랑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혼인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부부가 되기도 하지요. 예로부터 혼인은 인륜지대사로 여겨지는 인생의 중대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혼인이 필요할까요? 혼인, 즉 결혼은 그저 법으로 정한 일련의 절차일 뿐, 심지어 최근에는 이혼하는 부부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니까요. 굳이 혼인이라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법적인 측면에선 그 의문에 대해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뭐냐고요?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혼이란?
남녀가 혼인 의사를 가지고 소위 본격적인 살림을 차리고 사는 것을 '사실혼'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실혼과 동거를 헷갈려하시는데요.. 둘의 차이를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동거는 말 그대로 한 집에서 같이 사는 모든 형태를 뜻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에서부터 친구나 지인과 함께 사는 룸메이트,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쉐어 하우스도 모두 동거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비해 사실혼은 전술했듯 남녀가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외형상 부부로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여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법적 혼인인 법률혼과 사실혼을 구별하는 핵심입니다.
예컨대 양가 부모님께 혼인 허락을 받고 신혼집에서 부부로 함께 살고 있지만 어떤 사정 때문에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처음엔 단순한 동거로 시작했지만 이후 혼인을 약속하고 외형상 부부로 살게 되는 경우가 사실혼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사실혼과 법률혼의 차이
앞서 설명드렸듯이 사실혼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법률혼에 비해 부부의 권리와 의무 중 일부만이 법률의 보호를 받는데요. 첫째, 혼인관계를 해소할 때 법률혼은 이혼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사실혼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해소가 됩니다.
둘째,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몇몇 연금은 법으로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을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재산은 불가능하죠. 사실혼의 상속문제는 우리 법이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자녀의 출생에 관한 차이입니다. 사실혼 관계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남자(남편) 측에서 '인지'를 통하여 법적인 친자식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이상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됩니다. 이때 자녀는 엄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는데요. 차후 자녀가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혼 해소와 재산분할
법률혼은 이혼 시 재산분할을 통해 혼인생활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또는 특정 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기여한 경우, 각자의 비율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요. 사실혼 역시 판례를 통해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므 1379 판결 참조)
배우자 있는 자의 사실혼에 대하여
앞서 살펴봤듯이 싱글인 남녀가 만나서 맺은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문제는 법률혼을 하여 이미 배우자가 있는 자가 또다시 사실혼을 맺는 것인데요. 서두에서 말씀드린 불륜이 사실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상간녀 혹은 상간남과 혼인하기 위해 기존 배우자와 이혼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혼 없이 기존 혼인을 유지하며 상간자와 사실혼을 유지하는 사례 또한 생각보다 많은 게 사실이거든요.
이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중혼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혼, 말 그대로 혼인관계가 중복되었다는 것인데요. 배우자 있는 자의 사실혼은 중혼의 법리에 의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고요.(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므1638 판결 참조)
쉽게 말해 그저 불륜관계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사실혼 배우자의 법률혼 배우자에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 법이 사실혼을 인정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형식적인 면에만 치우쳐 국민의 실질적 생활관계 보호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국민이 없다면 법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연한 법치국가입니다. 법률혼이 사실혼보다 두텁게 보호를 받는 이유 역시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사회 안정과 윤리의식을 도모하기 위함이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사실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모두를 위해 함께 손 잡고 가까운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가셔서 시원하게 혼인신고부터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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