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호탕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왕성한(34/남)씨. 얼마 전,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옆 테이블이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로 시비를 벌였습니다. 급기야 고성이 오갈 정도로 심각해졌고 결국 왕성한씨는 옆 테이블의 강경한(32/남)씨를 폭행하기에 이릅니다. 강경한씨는 전치 12주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었는데요. 둘은 호프집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까지 넘어갔죠.
경찰은 상호 화해를 도모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입은 강경한씨가 아주 강경한 자세로 '법률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더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형사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왕성한씨는 혹시나 처벌 수위가 높진 않을까라는 생각과 강경한씨에게 미안한 마음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제의했습니다. 강경한씨는 역시나 한결같은 강경함으로 합의를 해주지 않았지만, 제시한 합의금의 5배를 주면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던 왕성한씨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얼마 전 소송의 미학을 찾은 한 의뢰인의 고민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주변에서 자주 겪는 일이죠.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어느 정도 중요한 척도로 작용합니다.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서는 가급적 합의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요. 돈이 오가는 문제라 그런지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나름 많이 부른다고 불렀는데 피해자 입장에선 택도 없는 액수라며 손사래만 치기 일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같이 핏대를 세우며 '그래. 마음대로 해라'는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이유야 어쨋던 피해자와의 합의과정이 순탄치 않다면 공탁제도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범행을 깊게 반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를 위해서 1천만원을 공탁했다는 점을 고려해.."
⬆︎ 형사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
:: 합의말고 <공탁>하세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형사 공탁제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공탁이란 돈(유가증권, 물품 포함)을 일정한 장소에 임치시켜두는 것을 뜻하는데요.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거나 여타 이유로 합의가 곤란한 경우 합의에 최선을 다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위 사례에서 강경한씨 같이 무지막지(?)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에 딱 어울리죠. 이제 합의가 까다롭더라도 걱정 덜고 잘 대응할 수 있겠죠?
:: 공탁이 필요한 3가지 케이스
형사 공탁제도가 필요한 경우는 크게 2가지로 갈립니다. 먼저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 그리고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와 피해자와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입니다. 뭐.. 사실 이유를 불문하고 합의가 어렵다면 활용하는 제도로 이해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 공탁, 실전 How-to TIP
자, 그럼 본격적으로 과도한 합의금 요구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절차를 알려드릴게요. 순서는 신청과 입금, 통지, 수령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1) 공탁 신청과 공탁금 입금
폭행이나 상해의 공탁은 피해자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법원에서 지정해주는 금융기관, 계좌에 입금을 해야 하죠.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피해자의 주민등록록표 등본, 공탁서(2통), 공탁통지서, 공탁금회수제한신고서인데요. 피해자의 주민등록표 등본이 없다면 피해자의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 서류라면 갈음할 수 있습니다. 공탁서는 글 하단에 첨부해두었으니 필요한 분들은 활용하세요.
(2) 공탁통지서 송부
신청을 받은 법원은 공탁금이 입금되면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공탁했음을 서면으로 통지합니다. 어떤 이유든 합의가 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얼마의 금액을 맡겨두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3) 공탁금 수령
공탁된 돈은 공탁금출급청구서와 공탁통지서를 공탁관에게 제출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5천만원 이하는 공탁통지서가 없어도 되니 참고하시구요. 헌데 맡겨둔 공탁금을 계속 유지할 여유가 없는 분들이라면 도로 뺄 순 없을까를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피해자가 허락하거나 공탁 유효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도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공탁금회수청구서를 작성해야 하구요.
:: 공탁만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형사 공탁제도, 참 유용한 제도죠?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탁은 피해자와 합의를 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하고, 진심어리게 '반성'이라는 두글자를 가슴 속 깊이 새겼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야 하는 제도니까요. 공탁은 임시적인 방안입니다. 이로 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된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 않을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공탁은 공탁일 뿐, 더욱 중요한 것은 사죄와 용서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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