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빌려준 내 돈 받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약속을 제안한 사람(채무자)을 믿어준 것이니까요. 제안자를 신뢰하기에 상대방(채권자)은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그것이 특정 행동이든 물질의 교부든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라는 말처럼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되면 처음 모습과 180도 다르게 돌변해버리죠.
상대방은 황당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자신이 보여준 믿음에 상대방은 칼을 꽂았으니까요. 그래사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고 약속을 어긴 상대방을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채권자의 심정과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게 너무 과해지면 채권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게 됩니다. 심지어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요. 대관절 무슨 말이냐고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불법 채권추심의 부작용
2000년대 초반 우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경제 부흥정책을 실시합니다. 이때 실시되었던 것 중 신용카드 발급 제한을 완화한 정책이 있었는데요. 어느 정도였냐면 법적으로 성인만 되면 무조건 발급이 가능했습니다.
쉽게 말해 스무 살 대학생이 아무런 제한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너도나도 신용카드가 지갑 속에 한 두 개씩 있던 시절, 당장 현금이 없어도 플라스틱 조각 하나면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빚은 삽시간에 불어났지만 이를 감당해낼 경제력은 부족했습니다. 국가경제가 비상이었던 시절이니까요. 이때를 틈 타 불법 사채시장이 활성화 되었고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리대금을 이용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그대로입니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원금과 이보다 훨씬 많은 이자만 회수하면 그만이었죠.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폭행과 협박, 감금과 심지어 살인까지, 이로 인한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빚 독촉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고 빚을 갚기 위해 또 다시 빚을 지는, 빚이 더 큰 빚을 낳는 지경에 이르렀죠. 당시에는 대부업의 이자율 제한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니, 이들을 통제하고 저지할 법률 자체가 없었죠.
법의 결단
채권추심법을 제정하다
국가는 불법 사채와 채권추심으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했죠.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도를 넘어선 권리의 남용, 그리고 이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는 용납할 수 없는 헌법 위반이었으니까요.
결국 우리 법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을 제정하여 불법 채권추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채권자의 채권추심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심각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불법 채권추심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든 문자메시지든 가리지 않는 연락폭탄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24시간을 채무자 또는 관계인(가족, 직장동료 등)에게 계속 연락하여 빚 독촉을 하는 거죠. 가장 흔한 불법추심 유형입니다. 여기에 갖은 협박과 위협은 기본입니다.
다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찾아가 폭행, 협박 등으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위입니다. 티브이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죠.
채권자 관계인이나 제3자에게 또는 채무자의 직장이나 거주지 등 그를 아는 다수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채무에 관한 사항을 알리는 행위도 빈번하게 행해지는 불법추심 행위입니다. 채무자에게 수치심을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금전차용이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채무변제자금을 마련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체포기각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는 채무자 관계인 등에게 채무를 대신 변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자주 악용되는 불법추심입니다. 주로 채무자의 가족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불법 채권추심
이제 절대 하지 마세요!
제목 그대롭니다. 이제 하시면 안 됩니다. 처벌규정이 엄청 세거든요.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이나 협박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 이외의 불법 추심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요.
만약 불법추심을 하는 자가 개인이 아니 그의 대리인, 법인 또는 법인의 종업원이라면 직접 불법추심을 하는 자 외에 그 개인이나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합니다. 이를 양벌규정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시킨 사람도 같이 처벌받는다는 얘깁니다.
실제로도 불법추심행위로 인한 처벌은 벌금형이든 실형이든 굉장히 무겁게 선고를 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불법추심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채권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이 채무자에게 잘 먹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다만 그 행동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우리 법은 특정 수단이나 방법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습니다. 강력해도 너무 강력하게 말이죠. 만약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대는 이제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아직도 이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간 정말 큰 코 다치기 십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죠. 합법적으로 여러분의 권리를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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