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가 아니라면 사표를 쓰라는 상사, 사직서는 유효할까요?
언론에 나와서 용감하게 소신을 밝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부 비리 혐의를 제보하는 분들인데요. 모자이크와 음성처리로 신변보호가 되긴 하지만, 회사 내부에 퍼지는 소문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떳떳하다면 사표로 증명하라고 종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안이었는데요.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 무효라는 주장을 1심에서 배척했지만, 2심에서 뒤집힌 판결입니다(2019나2029189).
판결의 사실관계
2017년 5월, 원고 A는 경찰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유는 A가 일하는 법인의 임원의 업무방해 혐의에 관한 참고인조사였는데요. 조사가 끝난 후 A는 임원에게 불려가 어떤 사실을 진술했는지 추궁받고, 사직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제보자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압박 때문이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수기로 작성한 사직서는 그대로 수리되었고, A는 바로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A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바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인데요, 이러한 법적 조치는 법원에서 A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됩니다.
2심의 판단
A의 주장을 배척했던 1심과 달리, 다행히도 2심은 A의 손을 들어주었는데요. 원고 A가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킨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전적으로 A의 대응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는 서울중앙지법에 직원지위확인가처분을 신청하고, 부당해고에 대해 다투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는데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A의 사직서 제출행위를 진정한 사직의 의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A가 이전에 사직을 고려했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직에 관한 표현을 하는 등의 증거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대처를 잘했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정반대 취지의 판결
위 사안은 적절한 대처를 통해 승소를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반대로 판결한 사안도 많습니다. A와 같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주장은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인데요. 이 조문은 근로자가 낸 사직서가 진의가 아님을 고용주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사직서 제출을 무효로 볼 수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문제는 ‘진의’의 의미입니다. 진의는 근로자가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사항이 아닙니다. 특정한 의사를 표시하고자 하는 생각 자체를 말합니다.
예컨대, 명예퇴직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명예퇴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스스로의 의사로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유효하다는 것이 판례입니다(2003.4.25.선고, 2002다11458)
부당 해고와 강요된 사직서, 해결방법은?
따라서 부당한 해고에 대해 다투려고 한다면, 사직서를 제출한 경위와 그 후의 대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셔야 합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통해 해고가 무효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무효확인과 같은 민사소송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직서가 수리되면 합의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위 판례들을 참조하셔서, 부당한 해고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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