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를 위해서 체벌하는 거야!"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자녀를 체벌하는 것에 대해 관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의 올바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높았는데요. 사실 이러한 인식은 절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가정교육은 분명 자녀의 올바른 성장과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을 줍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요. 가정교육을 빙자한 가정폭력과 학대 수준의 체벌이 바로 그것이죠.
최근 자녀를 학대하여 사망케 한 부모에 대한 법원의 엄벌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실 가정폭력과 학대, 그리고 이로 인한 처참한 결과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권단체와 국회의원이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삭제를 촉구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검토 수준에서 끝나는 정도에 그쳤는데요. 이번에 법무부에서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민법 상 친권자 징계권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부모를 비롯한 친권자의 징계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부모가 자녀의 훈육을 위해 체벌할 때 도를 넘어선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항상 문제가 되었는데요. 사실 폭력행위는 그 정도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체벌 방식인 회초리도 엄연한 폭력행위임은 분명하죠.
이는 자녀의 인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회초리를 맞는 것조차 어린 자녀에겐 일종의 공포가 되기에 충분할진데, 체벌이란 명목 하에 행해지는 각종 폭력은 자녀의 올바른 성장은커녕 오히려 불완전한 심리적 장애를 야기할 뿐이죠.
친권자 징계권은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용인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자녀를 학대한 부모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하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해당 규정을 오인하여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적으론 이미 아동복지법 규정상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민법에 남아있는 징계권 규정으로 인해 사람들이 ‘체벌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민법과 아동복지법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요. 민법상 징계권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충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법무부가 직접 나섰다!
친권자 징계권 삭제 현황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4월 민법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무부에 권고했는데요.
법무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8월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14일까지 관련 의견을 받았는데요. 또한 향후 법제처에서 다른 법과의 체계를 심사 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전망입니다.
법무부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국회 역시 관련 조항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법률안을 총 4건 발의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고, 관련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 금지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과 국회에 표명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미 외국에선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에 모든 체벌의 명시적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외국의 선례가 모두 옳거나 우리나라 정서와 잘 맞는다고 할 순 없죠. 그러나 어린 자녀의 인권은 국가를 초월하여 전 세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번 민법 개정 움직임이 더 이상 움직임만으로 끝나지 않고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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