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주 전, 온 국민을 놀라게 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이었는데요. 최초의 서울특별시 3선 시장이었던 만큼 추진하던 정책들이 많았고, 본인 역시 평소 시 행정업무에 열정적이었던 지라,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사망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은 곧 풀리게 됩니다. 이유인즉슨 박 전 시장의 비서 성폭력 파문 때문이었는데요. 평소 박 전 시장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성폭력을 당한 그의 전 비서가 박 전 시장을 수사기관에 고소를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피의자 신분이 된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하였는데요. 사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건, 이번 사건처럼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형 성범죄의 법적 정의(定義)
먼저 우리 형법 제303조에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추행이란 간음이나 유사 성행위, 성희롱을 제외한 모든 성폭력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죠.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지위 등 무형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대부분의 권력형 성범죄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하는 수단을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권력형 성범죄
우리사회 고질적 문제가 되다
사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사태는 고인의 사망으로 수사가 개시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범죄사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불가능하죠. 사람들은 그저 추정 내지는 의혹 이상의 것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의혹과 비슷한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차기 대선주자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최근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대학의 강단에서, 연구실에서, 회식자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들의 권력형 성범죄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서울의 유명 학원 원장이 여강사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을 것을 강요하기도 했고요.
2019년 검찰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기소한 인원은 총 13명입니다. 과거 1~명에서 아무리 많아도 10명이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증가입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도 5년 연속으로 100명이 넘어가고요. 올해 상반기에만 이 혐의로 기소된 인원도 이미 60명이 넘었습니다.
권력형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권력형 성범죄자는 자신이 가진 업무상 권위 내지는 권리를 제왕적 특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업상 권한을 현실의 권력과 혼동을 하는 것이죠.
또한 한국 사회의 상하복종식 구조를 가진 조직문화 또한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공직 사회가 대표적이기에 유독 이쪽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가 봅니다. 상급자의 눈에 잘못 나기라도 하면 직장생활은 물론 승진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일이 다반사니까요.
권력형 성범죄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사회에 알리게 됨으로써 받게 될 온갖 불이익을 감수한 것이죠. 인생 전체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을 마치며
박원순 전 시장의 선택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범죄행위를 부인하는 것과 권력형 범죄의 또 다른 가해자이자 자신의 죽음으로 범죄행위를 비겁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말이죠.
가해자들은 하나 같이 주장합니다. 강제가 아니었다고,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이죠. 물론 이런 주장이 맞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입니다.
근거 없는 억측과 추정도 위험한 것이지만,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억측과 추정이 할 수 있도록 한 권력형 성범죄 그 자체일 것입니다. 향후 권력형 성범죄 관련 처벌 법률의 강력한 개정과 우리 사회 지도층의 성 인식의 올바른 변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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