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은 안 걸리는 돈이야~ 형체가 없거든~"
얼마 전 많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희대의 성범죄 사건이 있었죠. 바로 불법 촬영된 성 동영상을 SNS를 통해 사고 판 ‘N번방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이 더욱 분노를 샀던 건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와 여성을 겁박하여 강제로 동영상을 찍게 했기 때문인데요.
가해자들은 전자화폐인 비트코인 등으로 동영상을 거래하였습니다. 실물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되어있는데요.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으로 인해 범죄 수익의 거래 수단으로 최근 자주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적이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고 해서 영원히 그러하다는 보장은 없죠. 이번 포스트는 법의 허점을 악용하려다가 도리어 응징을 당한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세상에는 악인이 너무 많다
김야동 씨는 불법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대량의 음란물 유포를 미끼로 회원들을 모집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음란사이트에 불법 도박 사이트의 광고를 게시하였죠. 물론 이를 통해 광고수익도 챙겼습니다.
김 씨는 회원들과 도박 사이트 광고주에게 회원비와 광고비를 실물화폐가 아닌 전자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으로 받았는데요. 전자화폐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 씨의 범행은 곧 들통이 났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동청소년법 위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범죄수익인 비트코인도 수사기관에서 모두 몰수하였죠.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김 씨 측은 범행수익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부당하다고 항변하였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현행법상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② 비트코인은 정부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③ 시세가 실시간으로 급변하여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④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비트코인과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이 몰수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는데요.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비트코인도 현행법상 몰수 가능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규제법)]은 음란물 유포 관련 범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그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은 범죄수익으로서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범죄·해외재산도피범죄 등 특정범죄에 의하여 발생한 범죄수익을 합법적인 수입으로 가장하거나 이를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것이 ‘법죄수익규제법’ 제정의 취지이죠.
이러한 정책적 고려에 의해 ‘범죄수익규제법’은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범죄수익규제법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는 것이라고 법원은 판단하였는데요. 법원은 결국 비트코인 형태의 김야동 씨 범죄수익도 우리 법제상 충분히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글을 마치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범죄의 형태와 수법이 진화하지만, 법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과학적인 방법과 체계적인 법적 논리를 통해 진화하고 대응하고 있죠.
서두에 언급했던 ‘N번방’ 사건과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을 비롯하여 이와 유사한 범죄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다크웹’이나 텔레그램도 법 앞에선 모든 걸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람이 만든 것은, 사람이 파헤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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