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먼저 잘못했는데요?"
배우자가 참아줄 수 없을 정도로 잘못했다고 똑같이 행동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배우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다면 당연히 본인 역시도 유책배우자가 됩니다.
예를 들어,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다면 남편 역시 이혼 소송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죠.
위자료나 양육권 등 이혼 과정에서 마무리지어야 하는 다른 문제를 별도로 치더라도, 이때 아내가 먼저 이혼 청구를 했어도 이혼 자체는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습니다. 외도 행위는 엄청난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맞으면서 사는 것이 옳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해줄 것은 해줘야 한다고 해서 배우자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마냥 참고 견디라는 말은 아닙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배우자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불화가 있어도지켜야 하는 것
조금 억울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고 싶으시다면 부부 사이에 불화가 있더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자녀를 몰래 데려갔더라도 양육비는 꼬박꼬박 주어야 하고,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갔어도 상대방이 면접교섭사전처분을 신청한다면 정해진 날에 억지로라도 만나게 해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이혼이 성립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은 아직 법적으로 부부이며,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의 부모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위와 같은 의무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시기보다 새 출발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지실 것 같습니다.
아내와 시어머니의 불화,그리고 남편의 이혼 청구
부부 모두에게 유책사유가 있고, 한 쪽이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편 A씨는 아주 효자였습니다. 그는 결혼 후에도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월급 중 절반은 집으로 보내겠다고 했는데요. 이에 아내 B씨는 반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어머니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생활비가 빠듯하긴 해도 미혼인 시동생들과 본인의 생활을 건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부부의 다툼을 A씨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모두 알게 되었고, A씨의 가족들은 B씨를 미워하게 되었는데요. B씨 역시 시댁에 가면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죠.
이로 인해 부부는 자주 싸우게 되었고, B씨는 시어머니에게 보낼 생활비로 계를 들었습니다. 싸움이 격해질 때마다 A씨는 가출하여 생활비를 몇 달씩 끊어버렸는데요. 급기야 A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나만 잘못한게 아니라당신도 잘못했잖아!
남편 측에서는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생활비 원조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이고, 시동생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기타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아직 어린 세 아들을 키워야 하는 입장인 B씨는 절대 이혼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녀가 주장한 내용은 남편이야말로 유책배우자라는 것이었는데요.
양측의 대립하는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장남으로서 어머니와 두 남동생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보조하여 주어야 할 청구인의 입장을 피청구인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시어머니와 시동생들 간에 불화하게 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하여 자식까지 둔 청구인이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면서 처자식을 돌보지 않았다면 이는 부부로서의 동거, 부양 및 협조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행동이므로 청구인이 피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함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죠.

글을 마치며
조금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결말인데요. 일단 아내는 일관적으로 부부와 세 아들이 함께 지내는 가정을 지키려 했고,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의 태도에 불만을 품어 이혼을 하려 했을 것입니다.
만약 A씨가 적극적으로 고부갈등을 중재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별거를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본가로 돌아갔어도 아내와 자녀들을 위한 부양료 정도는 자발적으로 보내주었다면 아내는 남편이 악의적으로 처자식을 유기한 유책배우자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없었겠죠.
한편, 아내가 악의적 유기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했다면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했겠으나, 자신이 부양비 문제로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으로 인해 위자료는 대부분 기각이 되었겠죠.
서로 이혼에 대해 합의한 상태에서 누가 더 큰 잘못을 했느냐에 대해 다투는 상황뿐만 아니라, 위 사례처럼 부부 모두에게 유책사유가 있는 상황에서 한쪽은 이혼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가정을 지키려고 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요.
이때는 '어느 쪽이 더 부부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만약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어 법원에서 다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대처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효율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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