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에서 첫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ㅇㅇ계 미투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체육계, 문화예술계 등 사제지간을 근간으로 한 권력형 성폭행 문제들과 조직의 병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 눈여겨볼 연대가 종교계 미투였습니다.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와 성폭력이라는 범죄가 선뜻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경찰청이 조사한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사건 중 1위가 목회자였습니다.
최근 종교적 권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목사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목사가 신도들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등장인물** - 이목회(천국교회 목사) - 김신도, 박믿음(천국교회 여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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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
이목회 씨는 천국교회에서 ‘당회장’으로 일하며 교회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목사입니다. 신도들로 하여금 그를 신과 같은 존재인 ‘성령’으로 믿게 했죠.
특히 아주 어렸을 적부터 피고인의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김신도 씨나 박믿음 씨 같은 경우는 이목회 씨를 신격화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교회 생활에 전념하는 것 외에는 달리 사회경험이 없던 김신도 씨나 박믿음 씨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목회 목사의 행동은 곧 하느님의 행동이라 믿었고 이목회 씨의 권위에 절대복종하게 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항거불능의 상태라고도 하죠.
어느 날부터인가 이목회 씨는 ‘기도처’라 부르던 자신의 아파트로 김신도 씨나 박믿음 씨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목회 씨는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가 이미 자신의 종교적 권위에 억압되어 반항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여러 차례 간음과 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목회 씨는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 외에도 20대 여성신도를 모아 ‘하나팀’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자신의 아파트인 기도처로 부르곤 했습니다. 이목회 씨 자신과 영육 간에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는데요.
그 ‘하나가 된다’라는 것은 여성 신도들을 간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신도들은 언젠가부터 상황의 잘못됨을 깨닫고 이목회 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목회 씨의 행동을 상습적인 준강간죄로 판단한 법원
어렸을 적부터 지켜온 신도들을 세뇌시켜 자신의 성적욕망을 채우려 한 목사의 파렴치한 행동에 분노가 치미는데요.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법원은 이목회 씨의 범죄를 상습적인 준강간죄라고 판단했습니다.
형법에서는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압박 또는 협박이 필요합니다.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진 않았지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임을 이용하여 간음하는 경우에는 ‘준강간죄’가 적용됩니다.
심신상실의 상태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서 수면, 인사불성, 또는 술 또는 약물에 취한 경우 등을 말하며 항거불능의 상태란 그 외의 사유로 심리적, 육체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일컫습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이러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추행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을 때 준강간죄가 성립됩니다. 법원은 이목회 씨에게 추행을 당한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도 항거불능의 상태였다고 봤습니다.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는 당시 이목회 씨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상태에서 그와의 성관계를 종교적으로 유익한 행위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는 종교적으로 절대적 권위를 가진 이목회 씨의 행위를 아예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경한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상태였고요.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가 심리적인 반항 자체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길들여 추행하는 ‘그루밍 성범죄’
종교생활의 경우 종교적 권위 더해지기도
‘그루밍 성범죄’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원래 그루밍(Grooming)의 사전적 의미는 길들이기, 꾸미기 등을 의미하지만 그 뒤에 성범죄라는 단어가 붙으면 친분을 활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뜻하게 됩니다.
일반 성폭행의 경우 대체적으로 강제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즉각 인지하지만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길들여졌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설령 피해 사실을 알아채더라도 가해자들이 회유를 하며 피해자들의 입을 막죠. 이목회 씨의 사건도 아주 어렸을 적부터 교회 안에서 이목회 씨의 절대 권위를 보고 소위 ‘길들여진’ 피해자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합니다.
끊임없이 자신과의 성관계가 하느님의 뜻이라 말하고 자신이 하느님 그 자체인 냥 행세했으니 오랜 기간 그런 세뇌에 노출된 김신도 씨와 박믿음 씨도 성폭행을 성폭행으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특히 종교계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종교적 권위와 보수적인 종교계 문화, 그리고 세뇌라는 심리적인 문제까지 어우러지면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따라서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 큰 성인까지도 그 세뇌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자신의 상황이 성범죄인지 혼란스럽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손을 잡아보세요. 전문적인 조언을 듣다 보면 현실 파악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도감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글을 맺으며
성범죄의 경우 피해기간이 길어지면 “너도 좋아서 해놓고 이제 와서 피해자인 척 하냐”라는 2차가해가 공공연히 일어납니다.
게다가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가해자에게 지배받기 때문에 신고를 했다가도 또 다시 가해자의 입장을 해명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도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주장하는 항변이 “사랑하는 사이였다”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성적욕구를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끝까지 피해자의 정신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있으려는 가해자들의 항변은 언제나 화가 납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주장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판사들이 피해기간이 긴 점과 피해자의 소극적인 태도를 이유로 무죄 선고를 내리기도 합니다.
이목회 씨의 경우 1심에서부터 이목회 씨의 행동을 범죄라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 인식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비단 종교계 성폭행뿐만이 아니라 체육계, 문화예술계등 문화적 심리적 문제가 뒤섞인 복합적인 현상을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판단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겠죠.
직접적이지 않고 교묘한 성적 위험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루밍이라는 말이 성범죄라는 악질의 단어와의 조합에서 벗어나 어서 그 본래의 의미를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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