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용의자 ‘박사’에 대한 신상공개 청원에는 20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 뿐 아니라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도 16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이 뿐 아니라 n번방과 관련돼 올라온 다른 청원들도 답변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훌쩍 넘겨 동의를 받았습니다. 관련 청원을 모두 합하면 500만에 달하죠.
과연 이 청원들,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 사건은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채팅방을 이용해 이루어 졌습니다. 텔레그램은 우리가 흔히 아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인데요.
다른 메신저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고, 서버에 대화내용을 저장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고, 특히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이런 보안성을 악용해, 마치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내는 식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히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공유한 정도가 아니며, 이 사건의 가장 충격적인 점은 바로 ‘특정 피해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피해자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었죠.

n번방 사건과 관련된 처벌조항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박사’ 등이 받게 될 혐의는 한 두 개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음란물의 제작, 배포와 관련된 죄책과, 강간, 강요,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도 받게 될 텐데요.
각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아동 청소년 음란물 제작, 유포 등
2. 성인 대상 카메라등 이용 촬영 등
3. 강간, 강제추행 등
4. 협박, 강요, 개인정보보호 위반 등
적용되는 법리가 많다보니, 큰 범위에서 정리를 해도 네 가지나 됩니다. 그럼 어떤 이유로 이 조항들이 적용된다는 것일까요? 각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요쟁점 1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유포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 중 1/3 정도가 아직 미성년인 아동,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아청법‘)’이 적용됩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은 제11조(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 배포 등)입니다.
제11조(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ㆍ배포 등) ①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ㆍ대여ㆍ배포ㆍ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ㆍ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ㆍ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ㆍ청소년을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⑤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⑥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자, 규정을 보시면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 청소년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작, 판매, 배포, 제작 알선, 소지 등을 한 경우 정해진 죄책에 따라 처벌되죠?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이 포함 된 만큼, 이 조항이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박사’ 등은 해당 채팅방의 운영자로서 직접 배포를 한 점이 인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인정된다면 최소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직접’촬영한 음란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박사’등에게 제작 혐의를 지울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화상이나 영상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서버에 저장시켜 휴대전화를 통해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도 ‘제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8443 판결).

주요쟁점 2
성인 음란물 제작, 유포
(피해자가 19세 이상인 경우)
피해자가 성인, 즉 만 19세 이상인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가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인데요.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위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의사에 반하여 타인이 촬영’했을 때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촬영을 한 경우라도, 이를 유포했을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됩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연령은 10대에서 30대 까지라고 하는데요. 19세 이상인 피해자들이 연루된 건에 대해서는 이 조항을 적용하여 쟁점을 다툴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쟁점 3
강간, 강제추행 등
이번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행위가 단지 ‘영상물 합성 등’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협박, 유인해 실제로 ‘강간’ 및 ‘강제 추행’을 하고, 이를 촬영 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포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대목입니다.
가해자들이 실제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라면 형법상 강간 및 강제추행죄가,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죄가 성립이 됩니다.
여기서 강간죄는 피해자가 성년이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죠.
만약 범죄 도중 상해를 입힌 경우(치상의 죄)에는 피해자의 연령과 관계없이 무기징역까지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주요쟁점 4
협박, 강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또 다른 쟁점은 이 일당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한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박사 등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보, 이를 통해 피해자를 협박, 강요하는 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내용들이 사실일 경우, 형법상 협박 및 특수협박죄(제283조, 제284조) 그리고 강요죄(제324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말이 과연 협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겠죠?
우리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들에 대해 ‘실제로 누군지 찾을 수 있다’, ‘네 신상을 주위에 알려 성폭행을 할 수 있다’등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낸 사건에 대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이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11. 11., 선고, 2011고합116, 판결).
단, 이 조항들은 피해자가 성년일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라면 아청법 제14조에 규정된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요행위 등’이 적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불법적으로 획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또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보기만 한 경우도 처벌될까?
n번방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의 수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텔레그램 탈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모 포털사이트 질문게시판을 보면, ‘우연히 들어갔다가 영상이 저장되었는데 처벌 받냐’, ‘영상을 보기만 했는데도 처벌 받냐’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죠.
이 질문과 관련해, 영상을 정말로 ‘보기만’ 한 경우에는 처벌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시청을 한 정도라면 처벌대상으로 편입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지’를 한 경우에는 말이 달라집니다. 특히 해당 소지 영상이 미성년인 피해자에 대한 것이라면, 아청법상 ‘소지죄’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해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받은 아동음란물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 받지 않았어도, ‘소지죄’에 해당된다는 우리 법원(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부)의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영상을 보거나, 다운을 받은 경우 뿐 아니라 메신저를 통해 받기만 한 경우라도 ‘소지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메신저를 통해 지시를 했다면?
한편, 일부의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직접 지시’한 경우도 있다는 보도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보기만 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구체적으로는, ‘제작’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에서는 직접 촬영행위를 하지는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기획해 다른 사람에게 촬영을 시킨 경우,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경우에는 ‘제작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하고 있죠(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340, 판결).
글을 마치며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밝혀진 피해자만 해도 70명이 넘고, 정식으로 수사 중인 용의자만 130명에 달하고 있죠.
국민의 분노가 크다 보니, 대통령이 직접 ‘운영자 및 회원 전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박사’등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신상공개는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야 하는 것인데요.
예외적으로, 피의자의 신분이더라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찰에서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 피의자단계에서 미리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 4가지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인정이 되는데요.
1. 특정 강력범죄사건으로서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것
2. 피의자의 혐의가 충분히 드러날 것
3.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공개가 필요한 경우일 것
4. 피의자가 만19세 이상일 것
잘 보셨나요? 대조해 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 전에는 살인범죄가 아니고는 신상공개가 이루어진 전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 피의자 '박사'의 이름과 얼굴이 모 방송사를 통해 전면 공개되었죠.
아직까지 경찰에서 직접적으로 공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사의 보도가 경찰에서 공유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 진 만큼, 빠르면 오늘, 늦어도 이번 주 중으로는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범죄라고 하더라도 신상공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례가 된 셈이죠.
이미 주요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만큼, 앞으로의 진행방향이나 관련자들의 신상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앞서 '박사'의 신상을 공개한 언론사에서는 입장료를 낸 명단을 확보하였으며, 신상을 확인 중에 있다는 후속보도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 전 국민이 원하는 대로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주시하며, 진행 상황을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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