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상이 참 편해졌습니다. 우리는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검색을 할 수 있고,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있으며, 임신 또한 인공수정으로 가능하게 되었죠. 과거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들인데요.
오늘은 이런 인공수정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인공수정한 부부 이야기
아이를 가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신혼부부가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인공수정을 알아보게 되었는데요.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은 것이죠.
부부는 인공수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무사히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중 부부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혼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남편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므로 양육할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 경우 인공수정한 아이는 남편의 친생자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친생자의 개념은 무엇이고 인공수정한 아이는 친생자에 해당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친생자란?
친생자란 부모와 혈연관계가 있는 자식, 쉽게 말해 친자식을 말합니다. 어머니는 직접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하기만 하면 바로 친자식이므로, 친생자를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죠.
문제는 아버지와 친자와의 관계입니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상식적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남편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것을 알고 있죠.
그러나 법률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버지와 친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까요?
과학의 산물인 유전자 검사가 있긴 하지만, 아이를 낳을 때마다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번거로운 일도 없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 민법에는 남편의 친생자 추정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 추정) 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
위 규정된 법률에 따르면 ‘혼인 중에 태어난 아이’는 법적으로 아버지의 친생자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혼한 경우 친생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이혼을 하게 되면 아내와 남편이 법적으로 갈라서게 되기 때문에, 자식을 누가 양육할지 결정하게 되죠. 만일 이혼하여 어머니가 아이를 맡게 되더라도, 아버지와 아이가 친자 관계라면 자녀관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당사자 간 협의로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자식을 누가 양육할지 결정하게 되고, 양육하는 자에게 양육하지 않는 상대방이 양육비를 보내는 식으로 친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자녀와 연락하거나 직접 만날 수 있는 권리, 법적으로는 면접교섭권이라 부르는 권리에 대해서도 내용을 정하게 되는데요. (민법 제837조)
민법에 따르면, 이혼하여도 친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만일 이러한 내용들이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당사자의 청구나 법원의 직권으로, 가정법원에서 양육자, 양육비용 부담, 면접교섭권의 내용을 정하게 됩니다.
* 양육자 결정기준
➀ 자녀 연령과 성별
➁ 부 또는 모의 재산 및 건강상태
➂ 부 또는 모의 자녀와의 평소 상호관계
➃ 부 또는 모의 양육희망
➄ 양육자에 대한 자녀의 희망
*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
양육비 판결을 받고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양육하는 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소송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이나 수입 등에 대해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없이 2회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양육비 직접 지급 명령 제도를 통해 상대방의 고용자로 하여금 직접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한 아이는 친생자일까?
그렇다면 문제의 요지인 인공수정한 아이의 경우는 친생자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앞서, 민법상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생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가 된다고 보았는데요. 혼인 중에 임신하여 태어났지만, 제3자로부터 기증받은 정자의 인공수정을 통해 생겨난 아이라면?
이것과 관련하여 아주 유명한 판례가 있습니다. 판례를 통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아내는 혼인 중 임신이 어려워 제3자의 정자를 기증 받아 인공수정을 하게 되었고, 임신하여 혼인 중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남편은 동의하였지만 이혼하게 되자 자기 자식이 아니라면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요.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 아내가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으로 임신하여 출산한 경우, 출산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 당시 인공수정 결정에 남편이 동의했다면, 추후에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 남편이 혼인 중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한 자녀에 대해, 친자관계를 용인해 온 경우라면, 사실상 친자로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
■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아니란 점이 밝혀진 경우여도 친자로 추정할 수 있다.
[1] 법원은 이와 같이 판시한 근거로, 민법 제844조 친생자규정이 인공수정 자녀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입법취지,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추어 사회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았는데요.
제3자 기증 인공수정자녀에 대하여 친생자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릴 시 이미 인공수정자녀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정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사회적 관념으로도 자녀에 대한 책임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또한, 동법 제852조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서는 이미 친자로 승인한 자의 친생부인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남편이 인공수정을 동의하여 사실상 혼인기간 동안 친자로서 용인해 온 경우라면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3] 또한 동법 제 844조의 입법취지를 미루어 볼 때, 단순히 혈연관계로만 친생추정을 규정하는 것은 민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사실상 사문화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혼인과 가정생활 내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혼인 중 아내가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아닐지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모와 자식,
혈연관계만으로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가족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친생자의 개념 또한 그 의미가 비단 혈연관계가 국한될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포함될 수 있어야 할 것인데요.
오늘은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 또한 친자로 인정되었던 판례를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자신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아이가 아닐지라도, 사실상 아이를 친자로서 받아들이고, 같이 생활해 온 경우라면 무책임하게 ‘내 자식이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가혹한 부모같네요. 단순히 같은 핏줄이냐가 중한가요, 함께한 생활과 정이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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