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놀부 씨는 살아생전 엄청난 부를 축적한 갑부였습니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명의 아들이 있었죠.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놀부 씨는 어느 날 수면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 사망하였는데요. 이에 가족들은 놀부 씨의 장례식을 치르고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살아생전 놀부 씨가 직접 자필로 작성해 놓은 유언장을 발견하였습니다.
유언장에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장남에게 모두 상속한다는 내용과 함께, 유언장을 작성한 날짜와 주소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날인(도장)이 찍혀 있었죠.
이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격앙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재산을 오직 장남에게만 몰아준다니 말이죠. 김놀부 씨의 이 유언장, 과연 효력이 있는 걸까요?
유언장의 효력요건
우리 법에서 허용되는 유언 방식은 5가지가 있는데요. 자필증서, 비밀증서, 공정증서, 구수증서(유언자가 말을 하면 증인이 그 내용을 받아 적어 작성한 증서), 녹음이 그것입니다.
또한 각 방식마다 세부 요건을 자세히 정해 놓았기에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만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는데요.
이처럼 유언에 엄격한 방식이 요구되는 이유는 유언장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분쟁과 혼란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법에서 정한 방식을 갖추지 못한 유언은 설령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이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놀부 씨의 유언장
효력이 있을까?
사례에서 놀부 씨는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였는데요. 자필증서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유언자가 그 내용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날인하여야 합니다. 이 중 단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유언장은 효력이 없습니다.
놀부 씨가 작성한 자필 유언장은 위의 요건 모두를 충족하였습니다. 따라서 유언장의 내용대로 상속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실 겁니다. '그럼 배우자와 차남은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하는 건가?'라고요.
법으로 보장하는 상속분
'유류분'에 대하여
피상속인이 자신의 재산에 대한 상속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법은 같은 상속순위 상속인들의 상속비율을 균등하게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배우자의 경우 동순위 상속인보다 1.5배의 상속비율을 갖지요. 이를 '법정상속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례처럼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특정 상속인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하거나 모든 재산을 상속해버린다면 나머지 상속인에겐 불공평한 처사가 되버립니다.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 특히 더 큰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법은 상속인의 상속분을 법으로 반드시 보장해주는 '유류분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상속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것이죠.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1/2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 놀부 씨의 배우자와 차남은 자신들의 유류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들의 유류분을 제외한 모든 재산은 유언장에 의해 장남이 상속을 받게 됩니다.
글을 마치며
과거 유류분 제도가 없던 시절에는 집안의 장남 또는 종손이 모든 재산을 상속 받는 불합리한 사례가 빈번하였습니다. 다 같은 자식인데 너무나 부당한 처사였죠.
물론 유류분 제도 역시 상속재산의 균등한 분배를 보장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고인의 재산에 대하여 법에서 보장하는 소유권의 행사 역시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도 사실이죠.
유류분 제도는 고인이 자신의 재산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과 가족들 사이의 공평한 상속 사이에 있는 아슬아슬한 균형추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혼상속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망한 부모의 계약, 자녀들이 해제하는 방법 (0) | 2020.06.30 |
---|---|
대학생 자녀의 유학비용, 부모에게 부양료 청구가능? (0) | 2020.06.27 |
남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아이, 이혼했는데 제가 책임져야 하나요? (0) | 2020.05.08 |
이혼 전 재산을 빼돌린 배우자, 법적 대응 방법 (0) | 2020.04.16 |
부모가 진 빚, 자식이 대신 갚아줘야할까 (0) | 2020.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