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은 이혼을 선택한 부부에게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혼 후 삶에 경제적인 밑거름이 되거니와 때로는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죠. 이렇듯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재산분할이기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재산분할 형태는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분할재산이 많다면 당사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면 그만이겠지만, 때로는 재산보다 빚이 더 많기에 빚을 분담하는 형태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재산분할을 포기할 수도 있을까요? 금전적 이득을 포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 시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기도 하는데요. 이 포기 의사는 과연 효력이 있을까요?
재산분할 사전포기
경우에 따라 다르다?
재산분할은 이혼 등으로 인해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할 수 없습니다. 원칙은 그러하죠. 하지만 부부의 협의이혼 과정에서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일방의 재산분할 포기는 사안에 따라 인정될 수 있는데요.
만약 충분한 협의를 통한 재산분할 포기라면 이에 대한 재산분할 포기각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포기 당사자의 마음이 바뀌어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해도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죠. 항상 강조하는 거지만, 법에서 증거의 힘은 실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재산분할 사전 포기 불가 사례
전술했듯이 만약 이혼 당사자 간 협의가 아니라면 재산분할 포기는 허용되지 않는데요.(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므 2049, 2056 판결 참고) 예컨대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하거나, 곤궁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사례 하나를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A 씨는 남편 B씨의 잦은 폭력과 외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요. B씨는 여자문제로도 모자라 술과 도박에도 중독되어 있었죠. 이런 남편을 어르고 달래고기도 하고 부부싸움도 잦았지만 A씨는 가정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한편 A 씨는 시어머니를 통해 남편의 설득을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돌아온 건 시어머니의 호통과 면박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몇 년이 흘렀고, 이들 부부관계는 파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늬만 부부일 뿐이었죠.

어느 날 A씨는 우연히 알게 된 남자 B 씨와 외도를 하게 됩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 외도와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의 처지에서 다른 남자의 관심은 걸코 외면할 수 없는 유혹이었을 겁니다.
한편 남편 B 씨는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챕니다.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죠. 오히려 이를 이용할 심산이었습니다. 그는 아내 A씨에게 처남 명의로 병원을 개원해 주겠다며 상당량의 금전을 받아냈고, A씨 명의 부동산도 자신 명의로 변경시켰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B 씨는 아내 A 씨를 미행하여 불륜현장을 급습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상간남을 간통죄(사건 당시엔 간통죄가 존재하였음)로 고소하였죠. 이후 B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재산분할을 포기하지 않으면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곤궁한 처지에 몰린 A 씨는 결국 재산분할을 포기하기에 이르죠.
A 씨의 재산분할 포기
인정이 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아직 이들 부부의 혼인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재산분할 포기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A씨의 사전 포기 의사는 이혼 당사자간 충분한 협의에 의한 것이 아닌, 간통죄 고소 취하를 빌미로 남편 B 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 보았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아내 A 씨에 있다고 하여 남편 B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한 원심 판결도 파기하였습니다. 오히려 혼인파탄 책임은 남편 B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죠. 이로써 A 씨는 남편 B 씨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위자료 또한 지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소개해 드린 사례처럼, 실제로 재산분할의 포기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자기 몫을 완전하게 포기하는 경우도 굉장히 드물고요.
이혼 이후의 삶은 홀로 헤쳐나가 합니다. 홀로서기의 시작에 있어 경제적인 뒷받침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요.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 결코 쉽게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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