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이 ‘50대 50’으로 나눠지는 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법원의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재산, 같은 혼인기간이더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왜냐하면 재산분할은 ‘공평’보다는 ‘기여도’ 중심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여도는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입증이 필요하다.
기여도 입증,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보는가?
재산분할의 핵심은 기여도다. 그리고 이 기여도는 민법 제839조의2에 근거하고 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각자의 협력 및 기여 정도를 고려하여 결정한다.”
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기여’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기여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 직접기여 – 수입 창출, 자산 형성의 주체로서의 역할
- 간접기여 – 가사노동, 육아, 배우자의 경제활동 지원 등
즉, 경제적 실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와 그 뒷받침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기여가 추상적 개념인 만큼, 입증 자료가 절대적이다. 법원은 말보다 문서, 계좌, 세금자료, 진술서, 사진을 믿는다.
너는 재정적 동반자였니?
종종 “나는 외벌이로 집안일만 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은 ‘가사노동도 경제적 기여’로 본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가사노동의 가치도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법원 2004므146 판결 "혼인 기간 동안 배우자가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 경우, 재산 형성에의 간접적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 |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한 전업이 아니라 그 '강도'와 '지속성'이다.
예를 들어, 육아 부담이 거의 없거나, 가사노동을 도우미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간접기여가 낮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또한, 상대방의 자산 형성 과정에서 투자 조언, 사업 보조, 영업 참여 등을 한 경우,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간접기여 이상의 실질기여로 평가받는다.
즉, 단순한 '살림만 했다'는 주장을 넘어서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가정을 유지하고 자산을 지키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누가 더 힘 좀 썻나?
재산분할의 원칙은 ‘공동기여 가정’이다. 즉, 법원은 일단 양측이 50:50으로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 비율을 바꾸고 싶다면 입증이 필요하다. 즉, 더 많이 기여했다는 쪽이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업으로 10억을 벌었다고 해도 본인이 그 중 7억은 독자적으로 벌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그 10억은 공동 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대로 가사노동을 했던 쪽도 “그냥 살림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 자녀 학교 일정과 돌봄 기록
- 가계부와 가족 지출 관리 내역
- 육아일지, 병원 진료 내역 등
이런 것들이 간접기여의 입증 자료가 된다. 결국 입증이 부족하면, 법원은 '공동 기여'라는 추정 원칙으로 회귀한다.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선 공동기여라는 추정을 깰 수 있는 ‘객관 자료’가 필수다.
대법원은 이렇게 본다
대법원 2012므2455 판결 요지
|
대법원 2010므6375 판결 요지
|
서울가정법원 2017드합652
|
이처럼 법원은
- 혼인 기간
- 재산 형성 시점
- 직간접 기여
- 혼인 관계 유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즉, “혼인기간이 길면 50:50”이라는 통념은 입증이 부족할 때만 적용되는 일종의 '기본값'일 뿐이다.
증거가 전부, 체크리스트
다음은 실제 소송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입증 자료 리스트다.
공동 재산 형성 입증용
- 통장 거래 내역, 예금/적금 내역
- 부동산 취득 시기 및 계약서
- 급여 명세서, 사업자 등록증, 소득금액증명원
- 가계부 및 가족 지출 내역
간접기여 입증용
- 자녀 학사 일정표 및 병원 진료 기록
- 유치원, 학원 출석 확인서
- 가족 사진(육아, 생활기록 등)
- 배우자의 출퇴근 지원, 식사 제공, 병간호 기록 등
상대방 기여도 반박용
- 재산 은닉 정황 캡처
- 혼인 전 취득 재산 증명자료(가족관계, 증여세 신고서 등)
- 사업체 기여 내역 부족 증거 등
재산분할은 '기본 비율 싸움'이 아니다. 자료 싸움, 기록 싸움이다. 그리고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 만들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혼인 중에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특히 협의이혼을 하더라도 재산분할은 별도 청구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기여도를 입증하는 자가 이긴다
결론적으로 재산분할은 ‘공평하게 반띵’하는 문제가 아니다. 법원은 숫자보다 입증된 기여도를 본다. 특히 상대방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싶다면 혹은 더 적게 주고 싶다면 입증이라는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 재산이 형성된 과정
- 그 안에서 본인이 한 역할
-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기록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판결은 '어떻게'될 지 모른다.
'이혼상속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배우자가 범죄자라고? 그건 못 참아 우리 이혼해! (0) | 2020.11.09 |
---|---|
혼인 해소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수 있을까? (0) | 2020.10.27 |
사실혼 부당 파기, 손해배상청구 가능할까? (0) | 2020.10.20 |
부부간 종교 문제, 이혼 사유가 될까? (0) | 2020.10.09 |
부부 모두에게 유책사유가 있을 때, 한 쪽이 이혼을 청구했다면? (0)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