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손해보는 정당방위의 기준, 성립요건

누군가 여러분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당연히 여러분의 몸을 방어할겁니다. 이는 인간의 생존의 욕구와 관련이 있죠. 이를 위해 제정된 법률이 바로 '정당방위' 입니다.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되는데요. 하지만 정당방위가 다시 주목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몇년 전 발생했던 "빨래건조대 뇌사 사건"의 판결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만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요.

피해자 입장에서 정당하게 한 방어행동에 대해 너무 큰 처벌을 받은게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죠. 하지만 법률에서 정한 정당방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게 됨은 확실합니다. 정당방위, 정확히 어떤 개념이며 어떤 기준에 따라서 성립되는 걸까요? 피해자 입장에서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고 행동해도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비상상황에 대비하려면 올바른 정당방위의 기준과 성립 요건에 대해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법률에서 말하는 정당방위의 개념

만약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행동하실건가요? 당연히 여러분의 몸을 방어하기 위해 함께 폭력을 휘두를겁니다. 이는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권리인거죠. 누구도 부당한 침해, 예를 들어 절도나 강도, 강간, 납치 등을 감수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가해행위를 하는 것을 '정당방위'라고 합니다. 정당방위의 요건이 성립하면 아무리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위법성의 조각사유가 되어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 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또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8조 1항에 따라 죄를 범한 사람이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할 때 이를 예방하는 행위 역시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데 그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양보한다는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몇년전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빨래건조대 뇌사사건' 처럼 자신을 방어하는 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받은 사례들은 왜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던 걸까요?


::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은?

강원도에 살던 A씨는 늦은 새벽,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절도범 B씨를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누구냐'고 물은 뒤 절도범을 넘어뜨려 폭행했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친 뒤, 뒤통수를 여러번 차고 빨래 건조대로 등을 수차례 때렸습니다. 이후 허리띠를 풀러 수차례 때렸습니다.

이후 절도범 B씨는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식물인간이 되었고, 9개월 뒤 사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해자 A씨는 이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1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받게 되었죠.

위 사건에서 왜 피해자 A씨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걸까요? 항소심 재판에서는 A씨가 머리 부위 등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구타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과잉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정당방위의 범위가 더 헷갈리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수도 없고요. 법률에서 말하는 정당방위 성립요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 보호

자신을 방어하는 것 뿐만 아니라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는 것 또한 정당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익에는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 뿐만 아니라 기타 모든 법익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서 생명, 신체, 명예, 자유, 점주권, 소유권, 정조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하죠. 이러한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동이어서, 방위자에게 방위 의사가 있다면 정당방위가 됩니다. 방위의사가 없다면 불법을 목적으로 행한 행동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인에 대한 정당방위는 불가능합니다.

2. 현재 부당한 침해

'현재'에 침해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라고 하면 당장 절박한 상황이거나 아직까지 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를 말하며, 장래에 나타날 침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 침해가 '부당'해야 합니다. 부당한 침해만이 그것을 인수할 의무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죠. 앞서 말했듯이 부당한 침해는 형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민∙형법상 모든 불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3.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통념에 비춰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하죠. 만약 작은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큰 법익의 반격을 가한경우 사회 통념상 인정받지 못합니다. 정당방위가 될 수 없는거죠. 결국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한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며 다만 정황에 따라 형을 면제받거나 감경받을 뿐입니다. 다만 행위가 야간 기타 공포∙흥분∙경악∙당황으로 인한 때는 벌을 받지 않습니다.


법원에서는 위 요건들을 근거로 정당방위 요건이 성립되는지, 되지 않는지 판단합니다. 위 사례에서도 A씨가 너무 과하게 반격을 했기 때문에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어 형을 받게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형을 감경받았을 뿐이죠. 하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국민이 정당방위의 기준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요건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